피크 “과거는 뒤로…목표는 컷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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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크는 17일 영국 북아일랜드 포트러시의 로열 포트러시GC(파71·7381야드)에서 개막한 제153회 디 오픈 챔피언십(총상금 1700만달러) 1라운드에서 필 미컬슨(미국), 대니얼 반 톤더(남아프리카공화국)와 한 조로 1번홀에서 첫 티샷을 날렸다.
왼손 골퍼인 피크는 지난 3월 아시안투어 뉴질랜드 오픈에서 극적으로 우승하며 한 장만 주어지는 디 오픈 티켓을 따내 할리우드 영화 같은 인생역전 스토리를 썼다.
피크는 10년 전 호주 오토바이 갱단 ‘레벨스’의 조직원으로 폭행사건에 가담해 5년간 옥살이를 했다. 호주 주니어 대표팀에서 캐머런 스미스(2022 디 오픈 챔피언) 등과 주전으로 활약했던 피크는 한순간의 실수로 인생에 큰 변화를 겪었으나 그의 재능을 아깝게 여긴 호주 대표팀 코치 리치 스미스가 선수로 재기할 것을 권유해 오늘에 이르렀다.
영국 BBC는 17일 “2019년 로열 포트러시에서 디 오픈이 열렸을 때는 피크가 5년 감옥생활을 마치고 막 출소한 시기였다”며 “최악의 현실에서 재기의 첫발을 뗐고, 그 후 피나는 노력 끝에 뉴질랜드 오픈에서 우승하며 인생을 바꿨다”고 전했다.
뉴질랜드 오픈으로 아시안투어 시드를 받은 피크는 지난 5월 춘천 라비에벨 듄스 코스에서 열린 코오롱 한국오픈에 출전했고 2026년 유럽 DP월드투어 시드도 확보했다. 범죄 기록 때문에 영국 입국 비자를 받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 문제는 그의 아버지가 영국 여권을 가지고 있어 쉽게 해결됐다.
피크는 “정직함이 나를 오토바이 갱단에서 빠져나오게 해줬다”며 “나는 슈퍼히어로나 무슨 롤모델이 되려는 게 아니고, 그저 과거를 뒤로하고 할 수 있는 최고의 삶을 살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번 디 오픈 목표는 컷 통과”라고 밝힌 그는 “그보다는 첫 티박스에 서서 그냥 나답게 느끼고 내 골프를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갑질 의혹에 문득 <김지은입니다>를 펼쳤다. “고통스러웠던 일은 노동자로서 내가 할 이유가 없으며 해서도 안 되는 일들을 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업무 범위가 불분명하고 종속성이 강한 수행비서의 특성에 더해, 평판이 중요한 정치권의 특성이나 압도적인 권력관계 등이 김지은씨가 겪은 갑질과 성폭력의 원인이었다.
그때처럼 지금도 강 후보자를 두고 ‘그런 사람이 아니다’ 두둔하지만, 실은 ‘그럴 리 없는 사람’은 없다. 이는 문재인 정권기에 이슈화됐던 권력형 성폭력 사건들의 교훈이다. 강 후보자가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는 조직 관리자이자 리더로서 책임감과 능력이 쟁점이다. 구체적으로, 공사 구분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업무 범위의 기준을 고심했는지, 사적인 업무 지시에 대해 명분과 인정을 포함한 정당한 보상을 제공했는지, 서로의 사정을 헤아려줄 수 있는 정도로 부하 직원과 신뢰 관계를 만들지 못한 것인지 등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강 후보자의 의혹에 대해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은 사실 부정, 피해자 비난, 논점 흐리기를 시도하고 있다. 과거 조직 보위의 진영 논리가 권력형 성폭력 피해자를 향한 막대한 2차 가해로 이어졌던 문제를 반복하는 것이다. 부정 논리의 이면에는 ‘우리 편은 결코 틀리지 않는다’는 믿음과 ‘여기서 물러서면 안 된다’는 강박이 깔려 있다. 이는 문재인 정권기와 다르지 않은 모습이지만, 억울함을 교훈으로 삼아 과거보다 더 강화된 듯하다.
억울함은 잘못된 믿음과 강박을 점검하며 성찰하는 대신, 모든 비판을 ‘외부의 적’이 가한 부당한 공격이라고 인식하도록 만든다. 치사하고 더러운 수단을 마다치 않는 부도덕한 ‘적’을 이기기 위해 ‘우리’도 치사하고 더러워질 것을 종용한다. 그 결과 진영 ‘내부’의 비판마저도 ‘외부’의 공격으로 여기고, ‘적’에게 향하는 치사하고 더러운 수단을 ‘우리 내부’에도 가하게 된다.
그러나 진영 내부와 외부의 비판 모두 무찔러야 할 ‘적’이 아니다. 부당한 공격에 입은 상처가 피해자 비난과 2차 가해를 정당화하지도 않는다. 무엇보다 ‘적’을 상정하는 사고는 여의도 안의 논리에 지나지 않는다. 여의도는 세상의 중심이 아니며, 그 바깥에 더 넓은 세상이 있다. 여의도 바깥에서 살아가는 다수의 시민은 진영의 이해득실이 아니라 보통의 상식으로 강 후보자를 평가한다. 의원실이라는 작은 조직을 운영하는 데도 문제가 있었다면, 과연 큰 행정부처의 장을 맡겨도 되는 것일까? 여성가족부의 존재 이유에 반하는 입장을 가진 인물이 장관이 되어도 되는 것일까?
갑질을 부정하는 말들은 특히 ‘저 정도 잘못은 누구나 한다’며 사안의 도덕적 의미를 축소한다. 그 논리는 ‘갑질은 나쁘다’는 당연한 상식 자체를 정면으로 뒤흔들고 부정한다는 점에서 그 해악이 크다. ‘누구나 저 정도 잘못을 한다’는 것은 곧 ‘그 정도의 갑질은 해도 괜찮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도덕률 자체를 흐릿하게 만든다. 여의도 논리에 갇힌 정치가 여의도 바깥의 사회를 망가뜨리는 것이다.
그 결과 문재인 정권 다음에 윤석열 정권이 탄생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민주당이 모든 문제를 ‘적’의 탓으로 돌리며 도덕적 상식 기준을 낮추면, 그 후과는 더 극단적인 얼굴을 한 상대 진영의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다.
문제의 해결은 그 반대 방향, 즉 도덕적 기준을 높이는 것이어야 한다. 과거 권력형 성폭력이 공론화되던 시기에도 여의도 내 갑질이나 성폭력은 그리 공론화되지 못했다. 근래 조국혁신당과 진보당에서도 성폭력이나 직장 내 괴롭힘 등이 문제 제기된 바 있다. 그렇다면 이참에 정부가 앞장서 정치권 내 갑질과 성폭력을 발본색원하는 건 어떨까. 그것이 곧 생겨날 성평등가족부의 역할이기도 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내건 여성가족부의 ‘성평등가족부 확대 개편’ 공약이 어떤 모습으로 드러날지 지켜보고 있다. 민주 정부의 전 여성가족부 장관들이 부처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현실적인 조직 개편 방향을 제안한 만큼, 새 정부의 성평등가족부는 국가 성평등 정책을 전체적으로 총괄하고 실질적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부처로 조직해야 할 것이다.
성평등가족부는 입체적 추진체계가 필요하다. 집행 업무 확대, 전 부처를 아우르는 성평등 총괄·조정 기능 강화, 성차별·성희롱 조사와 시정 권한 신설 등 세 개의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도록 설계해야 한다.
집행 업무 확대는 부처의 소관 법률, 인력, 예산 확대를 의미한다. 이는 부처 간 균형 행정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2023년 기준 부처별 공무원 평균 인원은 약 5800명인데 여가부는 겨우 300여명이고, 예산은 정부 전체의 0.27%에 불과하다. 이로 인한 인력 활용의 어려움과 업무 분산 때문에 통합 행정이 힘들다. 따라서 여성 노동 정책처럼 중요도에 비해 비중이 적은 업무를 대폭 확대하거나, 각 부처에 흩어져 주변화돼 있는 업무를 가져와 일원화하는 방안이 있다. 또한 기술 발전에 따른 새로운 젠더폭력 범죄 대응, 성평등 문화 혁신, ‘남성과 함께하는 성평등 정책’과 같이 새롭게 대두되는 정책 수요를 발굴하는 것도 업무 확대 방안이다.
이렇게 성평등가족부로 확대한다고 하더라도, 많은 부처에서 고유의 성평등 정책을 집행하고 있어 이를 견인·조정할 수 있는 성평등위원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현행 양성평등위원회는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맡고 있지만, 부처 간 사전 협의를 통해 ‘사실상 결정된’ 안건을 심의·의결하는 형식적 역할을 해왔고, 대면 회의조차 제대로 열리지 않았다. 국가의 성평등 정책을 실질적으로 총괄·조정하기 위해서는 타 부처 정책에 대한 성인지적 개선 요구나 사회적 합의 부족으로 조정이 지연되고 있는 갈등 사안을 더 적극적으로 다뤄야 한다. 바쁜 총리나 장관을 대신해 깊이 있는 논의를 이끌어갈 민간 전문가를 공동위원장으로 임명하고, 전담 사무국을 설치한다면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성차별과 성희롱 사건에 대한 능동적 대응도 필요하다. 현행 여가부 체계로는 사건의 실체에 개입할 권한이 없어 억울한 피해자를 지원하는 데 한계가 크다. 성평등가족부에 진정 사건 조사 및 시정 권한을 부여해 부처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신속하고 통합적인 피해자 지원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끝으로, ‘남성 성평등 정책’을 강조한 배경에 대해서는 어느 행사에서 열린 다섯 남성의 토크쇼 내용을 빌려오고자 한다. 이들은 남성으로서 겪는 좌절에 대해 이야기하며 연애, 돌봄 등의 관계 속에서 기존의 성 역할을 따르는 것 외에 대안적 관계 모델이 거의 없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한다. 또한 인생의 여러 단계에서 성평등과 관련한 도전에 직면하지만 해법을 찾기가 어려웠다고 했다.
예컨대 남성의 높은 자살률이나 낮은 육아휴직 이용률은 남성 중심적 사회 구조가 남성에게 부과한 것이지, 여성 차별을 시정하기 위해 역으로 남성을 차별하는 ‘역차별’의 결과가 아니다. 그 원인은 기존의 이분법적 성 역할 구조에 있다. 또 사회 통념으로 인해 비전통적인(여성 다수인) 진로를 선택하는 비율이 낮아 직업 선택의 자유에서도 제한을 받는다. 따라서 남성 성평등 정책은 역차별의 관점에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젠더 규범의 급격한 변화에서 비롯된 도전에 대해 함께 대안을 찾아가는 방향으로 수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 남성의 좌절감, 박탈감, 불안감에 대해 진지하게 논할 필요는 있지만 일부 남성의 근거 없는 주장이나 용어 자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면 자칫 혐오를 정당화하는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 3년간 대한민국 여성가족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컸다. 부처 폐지 시도와 장관 미임명, 예산 삭감을 통해 부처의 존재 자체가 부정당해온 시간이었다. 그런 만큼 새 정부에 대한 여성들의 기대가 높았지만, 지금 그 기대는 우려로 바뀌고 있다. 이제 막 출범한 정부인 만큼 방향타를 선회할 기회가 있다. 광장의 목소리를 잘 수렴해 국민주권정부에 걸맞은 성평등 철학과 대안을 제시하고, 성평등가족부의 위상을 바로 세우기 바란다. 지금 여성들은, 대한민국이 30년간 성별 임금격차 세계 1위라는 굴욕을 벗고 ‘K성평등 민주주의’의 리더 국가가 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21일 오전 11시 39분쯤 부산 사상구의 한 창고에서 작업 중이던 40대 A씨가 파이프 더미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A씨는 적재된 스테인리스 파이프 더미 위에서 작업을 하다가 사고를 당했다.
경찰은 사고 경위와 해당 업체가 안전 수칙을 지키며 작업을 했는지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인도 출신 소설가 반다나 싱은 “현대의 많은 사실주의 소설에서는 인간이 마치 동물도 바위도 나무도 없는 진공 상태에 존재하는 것처럼 물리적 우주와 단절돼 있다”고 지적한다. 인도 소설가 아미타브 고시도 비슷한 발언을 한다. “나는 확실하게 믿는다. 이곳 땅이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살아 있다는 것을, 그것이 오직, 혹은 심지어 우연히, 인간 역사가 펼쳐지는 무대로서 존재하는 게 아니라 그 자체로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는 인간이 기후위기를 가속한 시기에 문학의 내용이 급격하게 인간 중심적이 됐다고 말한다. 이 작가들은 인간이 독점해버린 세상과 그 세상을 닮은 소설 속에서 한 번도 주어의 자리를 차지해본 적 없는 자연물들에 자기 장소를 찾아주려고 애쓴다.
전자제품으로 둘러싸여 날씨조차 체감하기 어려운 한국에서는 소설가도 예외는 아니어서 이런 종류의 깨달음에 아무래도 둔감해질 수밖에 없다. 10년 동안 출간한 10권의 소설책 중 한 권에도 자연물에 주인공 자리를 내준 적이 없다. 오로지 인간들만이 등장해, 인간을 사랑하거나 인간을 미워했다. 인간이 인간과만 대화하고 인간이 인간 때문에만 외로운, 지극히 인간적인 이야기만 인간적으로 써댔다.
한국에서 자연의 이야기가 소설이 되기란 어렵다. 날씨조차 더 이상 우리의 이야깃거리가 아니다. 우리는 자연을 놀라워하거나 두려워하는 대신, 이제 전자제품에 대해서 그렇게 한다. 스마트폰과 승용차, 건조기에 대해 감탄하고 자랑하는 사이 비와 바람과 빛은 사라져버렸다. 출입구에 아이와 동물 출입금지 팻말이 붙어 있는 고급 취향의 카페처럼, 소설 속에서 바퀴벌레와 곰팡이, 축축함은 사라져 버린 지 오래다. 현실의 살충제는 소설 속 벌레까지 죽인다.
반다나 싱의 <자신을 행성이라고 생각한 여자>를 읽으며 우리 집에는 없는 여름을 만난다.
그 책 속에는 여전히 인간 아닌 것들이 살고 있다. 생쥐, 바퀴벌레와 개구리, 딱정벌레며 ‘날리카키다’라고 부르는 하수구 벌레까지… “밤이 되면 부엌은 그 집에 사는 인간의 것이 아니며, 어떤 시간에는 다른 세상의 주민들이 차지하는” 거라고, “자신이 사는 세계는 독립된 별개의 세계가 아니라 실제로는 많은 세계의 교집합”이라고, 먼 나라 인도에서 온 소설이 비밀스럽게 속삭인다.
지난주에는 갑작스럽게 폭우가 쏟아지는 바람에 옴짝달싹 못한 채 길 한가운데서 발목을 잡혔다. 기세 좋게 퍼붓는 비와 뒤집히는 우산, 교통신호를 어기고 차선을 막 넘어서려는 버스, 옷이 홀딱 젖은 채 뛰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에 잠시 넋을 잃었다. 스포츠나 영화를 볼 때처럼, 폭우가 사람들이 같은 감정을 느끼며 비슷하게 움직이도록 지휘하고 있었다.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내리는 비에 묶여 있던 그 순간, 최신형 스마트폰을 손에 쥔 채 단절된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는 걸 봤다.
‘무엇을 쓰는가’는 ‘무엇을 쓰지 않는가’의 문제다. 우리는 언제나 무언가를 보기 위해 무언가를 보지 않는다. 장마철인데도 습도를 느낄 수 없는 방 안에 앉아, 여름이니까 여름처럼 축축해지고 싶어서, 벌레를 만나려고, 흙이 되려고, 에어컨을 튼 방에서 조용히 반다나 싱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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