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사무소 [점선면]한국에서 ‘제2의 케데헌’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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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사무소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기세가 꺾이지를 않습니다. <오징어 게임>을 제치고 넷플릭스에서 누적 시청 수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지난 17일에는 넷플릭스 최초로 시청 수 3억 회를 넘었습니다. 수록곡들도 세계 음악차트를 휩쓸었죠. 식품업계부터 여행업계까지 ‘케데헌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고요.
그런데 이 영화, 엄밀히 말하면 외국 작품입니다. 한국계 캐나다인 감독이 만들고 넷플릭스, 소니픽처스애니메이션 등 외국 기업들이 제작·배급을 맡았거든요. 한국 문화를 탁월하게 담아낸 ‘K 콘텐츠’ 역대 최고 흥행작은 어쩌다 외국에서 탄생한 걸까요? 한국에서 ‘제2의 케데헌’은 나올 수 있을까요?
<케데헌>은 모든 제작 단계에서 한국 문화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습니다. 제작진은 한국적 요소들을 작은 디테일까지 철저하게 담아냈습니다. 남산타워와 골목 풍경은 물론 분식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모습, 국밥집에서 수저 아래에 휴지를 까는 장면까지 재현됐죠. 메기 강 감독은 우리 문화의 여러 면을 아무것도 숨기지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케데헌>의 디테일은 역설적으로 메기 강 감독이 교포였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김영대 음악평론가는 칼럼에서 지난 세월 한국 대중문화의 세계 진출은 어떤 열등감과 두려움으로 점철됐다며 가급적 한국이라는 요소를 배제하고 스스로를 무국적화했다고 했어요. 하지만 강 감독은 이민자로서 끊임없이 자신의 민족적 정체성을 의식적으로 교섭하고 고민했고, 그 결과 한국 문화를 구석구석 묘사할 수 있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한국에서도 <케데헌> 같은 세계적 히트작이 탄생할 수 있을까요? 우선 한국 콘텐츠가 예전보다 국제적 위상이 올라간 것은 사실입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과 한강 작가의 작품들이 나왔고, K팝은 <케데헌> 이전부터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어 왔죠.
하지만 한류의 ‘지속 가능성’을 두고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립니다. 영화기획자이기도 한 김익상 서일대 교수는 긍정적으로 봅니다. 그는 주간경향 인터뷰에서 1960~1970년대 청소년 시기를 보낸 사람에게 미국 콘텐츠는 최상위 콘텐츠였는데, 지금 전 세계 10~20대에겐 한국 콘텐츠가 글로벌 정상에 있는 상황이 당연하다며 한류 위기론은 나 같은 기성세대의 기우일지도 모른다고 했습니다.
조영신 미디어연구소 C&X 대표는 부정적입니다. 그는 <케데헌> 등은 지난 5~6년 사이 한국 콘텐츠가 좀 힙하고 새롭다고 생각하던 시기에 만든 것이 지금 쏟아져 나온 것이라며 이후에도 한국 것을 갖고 만드는 유행이 지속할까. 나는 아니라는 쪽이라고 했습니다.
한류를 꼭 ‘수출품’의 관점에서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김영대 평론가는 소니가 만든 넷플릭스 작품(<케데헌>)을 K콘텐츠로 볼 수 있느냐의 논쟁은 한국 문화를 수출품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옛 시절의 생각들을 떠올리게 한다며 한류는 단순히 우리 문화를 세계시장에 파는 것이 아니라 우리 문화를 공유할 때 완성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케데헌>의 국적을 논하고, 해외에서 한국 문화가 어디까지 인정받을지 전전긍긍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죠. 김영대 평론가는 <케데헌>은 교포 매기 강이어서 만들 수 있었던 K콘텐츠이고, 봉준호와 한강처럼 안에서 살아온 사람들만이 만들 수 있는 이야기가 또 있다며 어디까지가 우리 것인가에 대한 강박을 내려놓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더 많이 찾아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습니다. 노정연 문화부 기자도 칼럼에서 억지로 세계인의 취향을 맞추려 애쓸 필요도, 스스로의 성과를 깎아내리며 주저할 필요도 없다고 했습니다.
오히려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걱정하는 건 다른 지점입니다. 바로 새로운 도전이 살아남기 힘든 국내 창작 풍토입니다. 한국 콘텐츠 시장은 검증된 소수 창작자·스타에게 재원을 몰아주고, 새로운 시도나 신예에 대한 투자는 상대적으로 부족합니다. 특히 넷플릭스 등 거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확산은 제작비·출연료의 상승을 이끌었습니다. 거대 자본을 상대로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 보니 투자는 얼어붙었고 쏠림 현상은 더 심해졌습니다.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수석연구원은 경향신문 유튜브 ‘스튜디오 경향’ 인터뷰에서 7~8년 전에 우리가 <케데헌> 같은 기획을 했을 때 과연 투자를 결정할 수 있었을까. 어디에서도 투자를 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거 하나 망하면 안 되는데’ 하니까 과감하게 투자를 하기가 힘들다고 했습니다. 김봉석 문화평론가도 칼럼에서 메이저가 성공의 길만 따라가면 산업은 정체되고, 대중은 외면한다며 언제나 새로운 재능을 발굴하고, 지원하고, 상찬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K컬처 300조원 시대’를 공약했고, 정부는 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 예산을 26% 늘렸습니다. 하지만 시장 규모만큼이나 중요한 건 창작자들이 마음껏 창의력을 펼칠 수 있는 풍토를 마련해주는 일입니다. 외국인들에게 낯선 한국적 요소가 가득한 <케데헌> 기획안을 소니와 넷플릭스가 흔쾌히 통과시켰듯, 한국에도 그런 열린 분위기가 자리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하나를 보더라도 입체적으로 경향신문 뉴스레터 <점선면>의 슬로건입니다. 독자들이 생각해볼 만한 이슈를 점(사실), 선(맥락), 면(관점)으로 분석해 입체적으로 보여드립니다. 매일(월~금) 오전 7시 하루 10분 <점선면>을 읽으면서 ‘생각의 근육’을 키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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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불법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특검)의 본 수사기간이 지난 15일 끝이 났습니다. 내란 특검은 지난 6월18일 수사를 개시한 이래 법(내란특검법)으로 정해진 90일간의 본 수사를 마쳤는데요. 특검은 지난 11일 특검 연장 사유를 국회와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보고한 뒤, 수사기간을 다음 달 15일까지로 30일 연장했습니다. 특검은 30일씩 총 두 차례 수사기간을 연장할 수 있어요. 오늘 ‘에디터픽’에서는 내란특검팀의 지난 90일간 수사 성과와 남은 과제를 정리한 기사를 독자님들께 소개해드립니다.
특검은 지난 90일간 내란·외환 의혹 정점인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구속한 데 이어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 윤석열 정부 핵심 인사들을 내란 공범으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특검의 주요 성과 중 하나는 내란·외환 의혹 핵심 인물들의 신병을 ‘속전속결’로 확보했다는 점인데요. ‘신병을 확보한다’는 표현은 사건을 원활히 수사하기 위해 범인을 구속해 붙잡아두었다는 뜻입니다.
일단 조은석 특검이 지난 6월18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로 추가 기소(검사가 피의자를 재판에 넘김)했던 것이 대표적인 성과입니다. 또한 조 특검은 같은 달 25일 밤 구속 만기를 약 3시간 앞두고 그를 다시 구속시켰습니다. 김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내란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로 구속 기소(구속된 상태로 재판에 넘겨짐)된 상태였습니다.
김용현 전 장관의 추가 기소는 조은석 특검이 임명된 지… 단 6일 만에, 특검보 등 지휘부가 제대로 꾸려지기도 전에 이뤄진 ‘1호 기소’여서 화제가 됐는데요. 김 전 장관이 지난 6월26일 1심 구속기간(6개월) 만료로 석방될 예정이었기 때문에 조 특검이 추가 기소를 서두른 것이었습니다. 만약 불법계엄 사태의 핵심인물인 김 전 장관이 풀려날 경우 윤석열 전 대통령과 말을 맞추는 등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었는데, 이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특검은 이미 기소된 사건이 아닌 다른 혐의 사건을 추가 기소하는 같은 방식으로 지난 6월 말 구속기한 만료를 앞둔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발기부전치료제구매 등 핵심 관계자들이 풀려나는 것을 막아냈습니다.
불법계엄을 저지른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구속한 것도 성과입니다. 특검은 수사 개시 6일 만인 지난 6월24일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윤 전 대통령이 세 차례 경찰 출석 요구에 불응했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는데요. 법원이 지난 7월10일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풀려난 지 4개월여 만에 다시 구속됐습니다. 특검 출범 22일 만의 성과였어요. 특검은 지난 7월19일에는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윤 전 대통령을 추가 기소했습니다.
특검은 그간 검찰·경찰 단계 수사에서 큰 진척이 없었던 국무위원 대상 수사도 확대했는데요. 특검은 계엄 당시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 지시를 내린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한 뒤 지난달 19일 재판에 넘겼습니다. 특검은 ‘윤석열 정부 2인자’인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도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를 적용해 지난달 28일 불구속 기소 했습니다. 특검은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을 상대로도 직무유기와 위증 등 혐의로 수사를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특검이 아직 풀지 못한 과제도 있습니다. 외환 의혹이 대표적인데요. 외환 의혹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불법계엄 선포 명분을 쌓기 위해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등을 지시해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려 했다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특검은 이 의혹 수사를 위해 지난 7월14일부터 국군드론작전사령부를 포함해 군부대를 전방위 압수수색했어요.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 이승오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김명수 전 합참의장,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 등 당시 군 고위 관계자들을 두루 조사했지만 가시적인 수사 성과는 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국회 계엄 해제 의결 방해 의혹 수사도 더딘 상태입니다. 이 의혹의 골자는 추경호 전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가 계엄 당시 의원총회 소집 장소를 세 차례 변경해 의원들의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을 방해했다는 것인데요. 특검은 지난 3일 추 전 원내대표의 자택, 조지연 국민의힘 의원실, 국민의힘 원내대표실 등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추 전 원내대표에게 내란중요임무종사,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했는데요.
특검은 한동훈 전 대표와 국민의힘 의원들이 참고인 조사를 거부하자 ‘기소 전 증인신문’까지 신청한 상태예요. 기소 전 증인신문은 참고인이 조사 요청에 불응할 경우 검사가 법원에서 참고인을 불러 신문을 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보다 강제성이 높습니다.
‘안가회동’에 대한 규명도 필요합니다. 안가회동이란 계엄 선포 다음날인 지난해 12월4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이완규 전 법제처장, 이상민 전 장관,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서울 삼청동 안전가옥(안가)에서 회동해 계엄 수습 대책 등을 논의했다는 의혹을 말합니다. 이 자리에서 어떤 논의가 이뤄졌는지도 밝혀져야 합니다.
안가회동 참석자들은 지난해 12월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 모임이 ‘단순 친목 모임’이라고 주장했는데요. 이후 참석자들이 일제히 주요증거인 휴대전화를 일제히 교체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증거인멸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밖에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의결 이후에도 윤석열 전 대통령이 즉시 계엄 해제를 선포하지 않는 등 2차 계엄을 준비했다는 의혹도 남은 수사 대상입니다.
내란 세력을 단죄하는 게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래야만 제2의 내란을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경향신문 칼럼에서 내란세력을 하나씩 찾아내 단호하게 처벌하는 것부터 내란 극복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며 내란이 가능했던 풍토를 바꿔야 제2, 제3의 내란과 폭동을 막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헌 부대에 새 술을 담을 수 없듯, 낡은 질서를 놓아둔 채 새로운 질서를 일구긴 어렵습니다. 개혁의 출발점은 과거 폐단을 바로잡는 데 있다는 점,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하나를 보더라도 입체적으로 경향신문 뉴스레터 <점선면>의 슬로건입니다. 독자들이 생각해볼 만한 이슈를 점(사실), 선(맥락), 면(관점)으로 분석해 입체적으로 보여드립니다. 매일(월~금) 오전 7시 하루 10분 <점선면>을 읽으면서 ‘생각의 근육’을 키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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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영화, 엄밀히 말하면 외국 작품입니다. 한국계 캐나다인 감독이 만들고 넷플릭스, 소니픽처스애니메이션 등 외국 기업들이 제작·배급을 맡았거든요. 한국 문화를 탁월하게 담아낸 ‘K 콘텐츠’ 역대 최고 흥행작은 어쩌다 외국에서 탄생한 걸까요? 한국에서 ‘제2의 케데헌’은 나올 수 있을까요?
<케데헌>은 모든 제작 단계에서 한국 문화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습니다. 제작진은 한국적 요소들을 작은 디테일까지 철저하게 담아냈습니다. 남산타워와 골목 풍경은 물론 분식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모습, 국밥집에서 수저 아래에 휴지를 까는 장면까지 재현됐죠. 메기 강 감독은 우리 문화의 여러 면을 아무것도 숨기지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케데헌>의 디테일은 역설적으로 메기 강 감독이 교포였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김영대 음악평론가는 칼럼에서 지난 세월 한국 대중문화의 세계 진출은 어떤 열등감과 두려움으로 점철됐다며 가급적 한국이라는 요소를 배제하고 스스로를 무국적화했다고 했어요. 하지만 강 감독은 이민자로서 끊임없이 자신의 민족적 정체성을 의식적으로 교섭하고 고민했고, 그 결과 한국 문화를 구석구석 묘사할 수 있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한국에서도 <케데헌> 같은 세계적 히트작이 탄생할 수 있을까요? 우선 한국 콘텐츠가 예전보다 국제적 위상이 올라간 것은 사실입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과 한강 작가의 작품들이 나왔고, K팝은 <케데헌> 이전부터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어 왔죠.
하지만 한류의 ‘지속 가능성’을 두고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립니다. 영화기획자이기도 한 김익상 서일대 교수는 긍정적으로 봅니다. 그는 주간경향 인터뷰에서 1960~1970년대 청소년 시기를 보낸 사람에게 미국 콘텐츠는 최상위 콘텐츠였는데, 지금 전 세계 10~20대에겐 한국 콘텐츠가 글로벌 정상에 있는 상황이 당연하다며 한류 위기론은 나 같은 기성세대의 기우일지도 모른다고 했습니다.
조영신 미디어연구소 C&X 대표는 부정적입니다. 그는 <케데헌> 등은 지난 5~6년 사이 한국 콘텐츠가 좀 힙하고 새롭다고 생각하던 시기에 만든 것이 지금 쏟아져 나온 것이라며 이후에도 한국 것을 갖고 만드는 유행이 지속할까. 나는 아니라는 쪽이라고 했습니다.
한류를 꼭 ‘수출품’의 관점에서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김영대 평론가는 소니가 만든 넷플릭스 작품(<케데헌>)을 K콘텐츠로 볼 수 있느냐의 논쟁은 한국 문화를 수출품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옛 시절의 생각들을 떠올리게 한다며 한류는 단순히 우리 문화를 세계시장에 파는 것이 아니라 우리 문화를 공유할 때 완성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케데헌>의 국적을 논하고, 해외에서 한국 문화가 어디까지 인정받을지 전전긍긍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죠. 김영대 평론가는 <케데헌>은 교포 매기 강이어서 만들 수 있었던 K콘텐츠이고, 봉준호와 한강처럼 안에서 살아온 사람들만이 만들 수 있는 이야기가 또 있다며 어디까지가 우리 것인가에 대한 강박을 내려놓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더 많이 찾아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습니다. 노정연 문화부 기자도 칼럼에서 억지로 세계인의 취향을 맞추려 애쓸 필요도, 스스로의 성과를 깎아내리며 주저할 필요도 없다고 했습니다.
오히려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걱정하는 건 다른 지점입니다. 바로 새로운 도전이 살아남기 힘든 국내 창작 풍토입니다. 한국 콘텐츠 시장은 검증된 소수 창작자·스타에게 재원을 몰아주고, 새로운 시도나 신예에 대한 투자는 상대적으로 부족합니다. 특히 넷플릭스 등 거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확산은 제작비·출연료의 상승을 이끌었습니다. 거대 자본을 상대로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 보니 투자는 얼어붙었고 쏠림 현상은 더 심해졌습니다.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수석연구원은 경향신문 유튜브 ‘스튜디오 경향’ 인터뷰에서 7~8년 전에 우리가 <케데헌> 같은 기획을 했을 때 과연 투자를 결정할 수 있었을까. 어디에서도 투자를 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거 하나 망하면 안 되는데’ 하니까 과감하게 투자를 하기가 힘들다고 했습니다. 김봉석 문화평론가도 칼럼에서 메이저가 성공의 길만 따라가면 산업은 정체되고, 대중은 외면한다며 언제나 새로운 재능을 발굴하고, 지원하고, 상찬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K컬처 300조원 시대’를 공약했고, 정부는 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 예산을 26% 늘렸습니다. 하지만 시장 규모만큼이나 중요한 건 창작자들이 마음껏 창의력을 펼칠 수 있는 풍토를 마련해주는 일입니다. 외국인들에게 낯선 한국적 요소가 가득한 <케데헌> 기획안을 소니와 넷플릭스가 흔쾌히 통과시켰듯, 한국에도 그런 열린 분위기가 자리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하나를 보더라도 입체적으로 경향신문 뉴스레터 <점선면>의 슬로건입니다. 독자들이 생각해볼 만한 이슈를 점(사실), 선(맥락), 면(관점)으로 분석해 입체적으로 보여드립니다. 매일(월~금) 오전 7시 하루 10분 <점선면>을 읽으면서 ‘생각의 근육’을 키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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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불법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특검)의 본 수사기간이 지난 15일 끝이 났습니다. 내란 특검은 지난 6월18일 수사를 개시한 이래 법(내란특검법)으로 정해진 90일간의 본 수사를 마쳤는데요. 특검은 지난 11일 특검 연장 사유를 국회와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보고한 뒤, 수사기간을 다음 달 15일까지로 30일 연장했습니다. 특검은 30일씩 총 두 차례 수사기간을 연장할 수 있어요. 오늘 ‘에디터픽’에서는 내란특검팀의 지난 90일간 수사 성과와 남은 과제를 정리한 기사를 독자님들께 소개해드립니다.
특검은 지난 90일간 내란·외환 의혹 정점인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구속한 데 이어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 윤석열 정부 핵심 인사들을 내란 공범으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특검의 주요 성과 중 하나는 내란·외환 의혹 핵심 인물들의 신병을 ‘속전속결’로 확보했다는 점인데요. ‘신병을 확보한다’는 표현은 사건을 원활히 수사하기 위해 범인을 구속해 붙잡아두었다는 뜻입니다.
일단 조은석 특검이 지난 6월18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로 추가 기소(검사가 피의자를 재판에 넘김)했던 것이 대표적인 성과입니다. 또한 조 특검은 같은 달 25일 밤 구속 만기를 약 3시간 앞두고 그를 다시 구속시켰습니다. 김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내란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로 구속 기소(구속된 상태로 재판에 넘겨짐)된 상태였습니다.
김용현 전 장관의 추가 기소는 조은석 특검이 임명된 지… 단 6일 만에, 특검보 등 지휘부가 제대로 꾸려지기도 전에 이뤄진 ‘1호 기소’여서 화제가 됐는데요. 김 전 장관이 지난 6월26일 1심 구속기간(6개월) 만료로 석방될 예정이었기 때문에 조 특검이 추가 기소를 서두른 것이었습니다. 만약 불법계엄 사태의 핵심인물인 김 전 장관이 풀려날 경우 윤석열 전 대통령과 말을 맞추는 등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었는데, 이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특검은 이미 기소된 사건이 아닌 다른 혐의 사건을 추가 기소하는 같은 방식으로 지난 6월 말 구속기한 만료를 앞둔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발기부전치료제구매 등 핵심 관계자들이 풀려나는 것을 막아냈습니다.
불법계엄을 저지른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구속한 것도 성과입니다. 특검은 수사 개시 6일 만인 지난 6월24일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윤 전 대통령이 세 차례 경찰 출석 요구에 불응했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는데요. 법원이 지난 7월10일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풀려난 지 4개월여 만에 다시 구속됐습니다. 특검 출범 22일 만의 성과였어요. 특검은 지난 7월19일에는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윤 전 대통령을 추가 기소했습니다.
특검은 그간 검찰·경찰 단계 수사에서 큰 진척이 없었던 국무위원 대상 수사도 확대했는데요. 특검은 계엄 당시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 지시를 내린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한 뒤 지난달 19일 재판에 넘겼습니다. 특검은 ‘윤석열 정부 2인자’인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도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를 적용해 지난달 28일 불구속 기소 했습니다. 특검은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을 상대로도 직무유기와 위증 등 혐의로 수사를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특검이 아직 풀지 못한 과제도 있습니다. 외환 의혹이 대표적인데요. 외환 의혹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불법계엄 선포 명분을 쌓기 위해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등을 지시해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려 했다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특검은 이 의혹 수사를 위해 지난 7월14일부터 국군드론작전사령부를 포함해 군부대를 전방위 압수수색했어요.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 이승오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김명수 전 합참의장,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 등 당시 군 고위 관계자들을 두루 조사했지만 가시적인 수사 성과는 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국회 계엄 해제 의결 방해 의혹 수사도 더딘 상태입니다. 이 의혹의 골자는 추경호 전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가 계엄 당시 의원총회 소집 장소를 세 차례 변경해 의원들의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을 방해했다는 것인데요. 특검은 지난 3일 추 전 원내대표의 자택, 조지연 국민의힘 의원실, 국민의힘 원내대표실 등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추 전 원내대표에게 내란중요임무종사,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했는데요.
특검은 한동훈 전 대표와 국민의힘 의원들이 참고인 조사를 거부하자 ‘기소 전 증인신문’까지 신청한 상태예요. 기소 전 증인신문은 참고인이 조사 요청에 불응할 경우 검사가 법원에서 참고인을 불러 신문을 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보다 강제성이 높습니다.
‘안가회동’에 대한 규명도 필요합니다. 안가회동이란 계엄 선포 다음날인 지난해 12월4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이완규 전 법제처장, 이상민 전 장관,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서울 삼청동 안전가옥(안가)에서 회동해 계엄 수습 대책 등을 논의했다는 의혹을 말합니다. 이 자리에서 어떤 논의가 이뤄졌는지도 밝혀져야 합니다.
안가회동 참석자들은 지난해 12월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 모임이 ‘단순 친목 모임’이라고 주장했는데요. 이후 참석자들이 일제히 주요증거인 휴대전화를 일제히 교체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증거인멸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밖에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의결 이후에도 윤석열 전 대통령이 즉시 계엄 해제를 선포하지 않는 등 2차 계엄을 준비했다는 의혹도 남은 수사 대상입니다.
내란 세력을 단죄하는 게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래야만 제2의 내란을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경향신문 칼럼에서 내란세력을 하나씩 찾아내 단호하게 처벌하는 것부터 내란 극복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며 내란이 가능했던 풍토를 바꿔야 제2, 제3의 내란과 폭동을 막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헌 부대에 새 술을 담을 수 없듯, 낡은 질서를 놓아둔 채 새로운 질서를 일구긴 어렵습니다. 개혁의 출발점은 과거 폐단을 바로잡는 데 있다는 점,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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